게이(남성 동성애자)의 변실금 위험? 의학적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주장: 두 논문(Miles AJ, et al., 1993)(Chun AB, et al., 1997)에 따르면 게이의 변실금 위험이 있다.
대답: 차별주의자들은 종종 게이들에게 온갖 비하적 표현을 쓰면서 변실금의 위험을 강조한다. <동성애자의 양심고백>이라는 차별주의(심지어 여성혐오적이기까지 한) 만화에서는 "동성애자 세계에서 항문 성교를 하지 않으면 장애인 취급을 거의 당하"고 "항문 성교를 하게 되면 ...(중략).. 항문이 완전히 망가진다", "변을 그대로 줄줄 싸게 된다"고 주장한다(참고로 건사연은 이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 이처럼 항문성교를 하면 괄약근에 이상이 생기거나 변실금을 초래한다는 믿음이 꽤 퍼져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믿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근래 들어 차별주의자가 변실금 드립을 치면 나는 의학적 근거를 달라고 맞서왔는데, 마침 시기 적절하게 건사연이 논문을 소개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건사연이 직접 초록을 번역해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그들의 학술적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논문[^1]을 보자. 40명의 AR(anoreceptive, 항문으로 음경을 받아들이는) 동성애자 남성과 14명의 non-AR(AR이 아닌) 이성애자 남성을 조사한 결과다. 40명의 AR 동성애자 남성 중 14명이 변실금 증세를 호소하였고, 14명의 non-AR 이성애자 남성 중 한 명만이 호소하였다. AR 동성애자 그룹이 non-AR 이성애자 남성 그룹보다 항문 휴지기 최대 압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변실금을 호소하는 동성애자들은 변실금이 없는 동성애자들이나 이성애자들에 비해 자발적인 최대 압착 압력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대변 밀도, 배변 빈도, 직장 감각에는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점은 조사 대상의 AR 동성애자 남성 40명 중 23명이 HIV 양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HIV 감염으로 인한 후천성 면역결핍의 결과로 신체적 변화와 잦은 장 질환이 생겨서 변실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2] 이는 곧 항문성교와는 별개의 인과가 존재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뿐만 아니라 표본의 수가 작기 때문에 이 표본집단이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힘들다. 결국 이 논문은 '항문성교는 변실금을 유발한다' 또는 '많은 게이가 변실금을 호소한다'이라는 선입견을 입증해주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이 논문 저자들도 논문 끝부분에서 '심각하지 않은(minor) 변실금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낮은 위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항문성교를 할 때 적절한 준비가 있으면 변실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논문[^3]은 어떨까? 이 논문을 구할 수는 없어서 초록만 읽었다. 그런데 읽다가 빵 터졌다. 왜냐하면 건사연이 주장하는 바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첫 번째 논문이 나오고 4년 후에 출판되었는데, 14명의 AR 동성애자 남성과 10명의 non-AR 이성애자 남성을 조사했다. 이 논문에서 AR 게이와 non-AR 이성애자 남성사이에 최대 압착 압력에 차이가 없었다. 또한 항문 휴지기 최대 압력에는 AR 동성애자 집단이 non-AR 이성애자보다 유의미하게 낮았으나, 항문 휴지기 전체 압력에는 서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을 볼 때, 단지 심리적인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항문의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장치를 항문 안으로 밀어넣어야 하는데, 이 떄 AR 게이는 별 거부감이 없지만 non-AR 이성애자 남성들은 긴장을 해서 힘을 주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이 휴지기 항문 최대 압력의 유의미한 차이마저도 의학적으로는 의미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항문 괄약근(IAS와 EAS)의 구조에도 별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항문으로 음경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항문 괄약근 구조와 기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따라서 건사연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와 정반대의 논문을 들고 온 것이다! 변실금에 대해 종합하는 논문(4)이 이 논문을 인용했는데, 여기서도 항문성교가 괄약근을 손상시킨다는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논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변실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여성이 출산할 때 겪는 외상이다[^4][^5]. 변실금 때문에 동성애를 막으면 훨씬 위험한 출산도 하지 말아야 하나? 더군다나 모든 게이가 항문성교를 하는 것도 아니며, 그들이 그것만 하고 앉아있는 것도 아니다. 애꿎은 레즈비언은 말할 것도 없다. 동성애는 성교가 아니라, 사랑의 한 종류다. 이런 의학적으로 근거없는 주장은 누가 하는 것일까? 건사연과 바성연 등 반동성애 집단의 자칭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6
이 사람들은 동성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동성애' 대신 '동성연애'를 사용한다. '연애=성교'라는 것인가? 심지어 AR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여자 역활"이라고 지칭하기까지 한다. 남성 동성애자는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이 남성이면서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 남성인 사람이다.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이 여성이라서 남성에게 끌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더우기", "역활" 같은 잘못된 표현이 개인적으로 거슬렸다. 나도 맞춤법 도사는 아니지만...ㅂㄷㅂㄷ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항문성교에 관한 지식들을 정리하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참조: [^1]: Miles, A. J. G., Allen-Mersh, T. G., & Wastell, C. (1993). Effect of anoreceptive intercourse on anorectal function.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 86(3), 144-147. [^2]: Goldstone, S. E., & Welton, M. L. (2004). Anorectal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 in Men Who Have Sex with Men—Special Considerations for Clinicians. Clinics in colon and rectal surgery, 17(4), 235. [^3]: Chun, A. B., Rose, S., Mitrani, C., Silvestre, A. J., & Wald, A. (1997). Anal sphincter structure and function in homosexual males engaging in anoreceptive intercourse. 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92(3), 465-468. ABSTRACT [^4]: Rao, S. S. (2004). Pathophysiology of adult fecal incontinence. Gastroenterology, 126, S14-S22. [^5]: Kamm, M. A. (1998). Faecal incontinence. BMJ: British Medical Journal, 316(7130), 528. [^6]: 신태진, (2013) 동성애, 유전자와는 ‘무관’ 에이즈와는 ‘유관', 크리스천투데이.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6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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