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커플과 이성애 커플을 비교할 거면 편견 없이 제대로 하고, 그걸 떠나서 제발 차별 좀 하지 마라

2016-02-01 헌터 유사과학 Lgbt

주장: 동성애자 커플은 이성애자 커플보다 짧게 지속된다. 동성애자 커플은 서로에게 헌신하지 않으며, 성행위 파트너의 수도 매우 많다. 그들에게 있어 성관계는 사랑이 아닌 쾌락에 불과하며 일부일처제를 따르지 않는다. 동성결혼 또는 시민결합이 도입된 지역에서도 동성애자 커플이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결속을 등록한 경우는 극히 적었다. 따라서 동성애자가 주장하는 동성 결혼이나 일생의 헌신은 거짓말이다. 우리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반대(?)한다.

원문: 건사연 블로그 링크 1 건사연 블로그 링크 2 FRC 링크(영문)

대답: 사회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집단끼리 서로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사회경제적 요소나 문화적 배경, 유년 시절의 경험까지 각종 변인의 영향을 최대한 제거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알고자 하는 것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설문 문항의 아무리 사소한 단어라도 결과를 정반대로 바꾸는 등 연구를 위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단순히 날것의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통계학적 분석도 해야 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연구는 그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기에 연구자의 윤리적 판단도 강하게 요구된다. 자신의 편견과 가설에 결과를 끼워 넣는 일, 더 나아가 아예 날조하고 왜곡해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건사연과 FRC 글을 비판적으로 읽어보자.

먼저, 얘네들은 다음 차트를 근거로 동성애 관계가 이성애 관계보다 지속 기간이 짧기 때문에 서로에게 헌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caption id="attachment_2336" align="aligncenter" width="500"]시간에 따른 결혼 지속의 비율 Source: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01) 시간에 따른 결혼 지속의 비율 Source: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01)[/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337" align="aligncenter" width="500"]기념일에 도달한 결혼의 비율 Source: Current Population Reports: U.S. Census Bureau (2002) 기념일에 도달한 결혼의 비율 Source: Current Population Reports: U.S. Census Bureau (2002)[/caption]

그런데 이들이 가져온 차트는 이성애자 '부부'의 데이터다. 이를 동성애자 커플의 지속 기간과 비교한다면 성적 지향에 따른 관계 지속 기간에 대한 적절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부부와 커플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장기간 관계를 지속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때로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결심해서 하는 사회적 의례가 결혼이다. 그리고 부부라는 인식은 서로를 향한 유대감을 다시금 다져줄 수 있다. 이성애자 커플 중에서도 끈끈한 커플들이 결혼의 틀 아래서 더 끈끈하게 변한 집단을 데려다가 남성 동성애자 커플과 비교해놓았다. 이성애자 커플과 동성애자 커플을 비교했거나 이성애자 부부와 동성애자 부부를 비교해야 공정하다. 참고로 건사연이 참고한 FRC는 SPLC(남부빈곤법률센터: 미국의 비영리 인권법률지원단체)에서 혐오 단체로 지칭하는 보수적 종교 단체이며, 이 글을 쓴 사람이 Ph.D라는 게 나는 믿기지가 않는다. 그리고 단순히 금방 헤어지는 커플이 나쁘다면 그들을 비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커플의 지속 기간이 짧으면 그냥 나쁜 건가? 둘 다 행복하고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헤어짐은 커플 당사자의 권리 아닌가?

[caption id="attachment_2338" align="aligncenter" width="500"]현재 맺고 있는 동성애 관계의 지속 기간 Source: 2003-2004 Gay/Lesbian Consumer Online Census 현재 맺고 있는 동성애 관계의 지속 기간 Source: 2003-2004 Gay/Lesbian Consumer Online Census[/caption]

결정적으로 지들이 가져온 자료에 따르면 4년 이상 동성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가 50%를 넘는다. 물론 이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이 아닌 그냥 사귀거나 동거하는 사람들이다. 이 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건사연은 이 자료를 편향적으로 해석하여 12년 이상인 동성커플은 15% 밖에 안 되니 결혼을 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차별받고 눈총을 받으면서, 결혼으로 맺어질 수도 없는 걸 아는 커플이 정도로 사랑하는 것만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

2005년 기준으로 이성 커플의 동거가 동성 커플의 동거보다 오래 지속되는지 비슷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1]. 2008년에 발표된 3년 간의 연구 결과, 시민 결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동성 커플이 결혼한 이성 커플보다 관계의 질과 친근감이 높았으며 갈등의 정도가 낮았다[^2]. 같은 연구에서 시민 결합을 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깨질 확률이 낮았다. 이는 시민 결합이 커플을 오래 지속시켜 주었거나 오래 지속되는 커플이 시민 결합을 하게끔 되었거나 등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08년에 실시된 다른 연구에서 동성 커플과 헌신적인 이성 커플은 평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3]. 이 연구에서는 실험실에서 질적인 측면만 평가한 것이 아니라, 심장 박동, 피부 전도도 등도 측정했다. 우리가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한, 동성애는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사악한 관계가 아니라 평범한 사랑의 한 종류다. 참고로 동성애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 보편적인 도덕적 기준(인권, 사회 복지)에 기반해 동성애 차별주의를 저지하려는 곳은 미국심리학회(APA), 미국정신의학회(APA), 세계보건기구(WHO), 질병관리본부(CDC), 유럽연합(EU), 국제연합(UN) 등… 그러니까 정상적인 곳은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 지향이라고 한다. 어? 왜 벌써 반박 끝난 것 같지?

두 번째로 가져오는 것은 게이 남성의 성행위 파트너 수다. 그들이 인용한 성행위 파트너 수의 조사(Bell & Weinberg 라던지)는 gay bar에서 표본을 얻거나 AIDS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에 연구되는 등 불완전한 측면이 있고 이러한 조사는 일관적이지 않다[^4]. 2583명의 동성애자를 조사했더니 21.6%의 성행위 파트너 수가 101-500명이었고 10.2%~15.7%가 501-1000명, 10.2%-15.7%가 1000명 이상이라는 주장 역시 왜곡이 있다. 원래 논문은 2583면 중 10% 가량의 256명의 49세 이상의 게이 남성을 조사한 것이며, 그 중에서 21.6%가 101-500명이고 나머지 범위(2-10명, 11-20명, 21-50명, 51-100명, 501-1000명, >1000명)가 각각 10.2%~15.7%[^5]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나머지 범위의 퍼센트가 같다고 놓는다면, 49세 남성 256명 중 50% 가량이 100명 이상과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보고는 신빙성이 떨어지고(제대로 셀 수나 있을까? 그리고 저들은 에이즈 인식이 없었을 때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다) 말했듯이 일관적인 결과가 얻어지지 않는다(예컨대 데이팅 업체 OKcupid가 최근 조사한 결과 게이 남성이나 이성애자 남성이나 중간값이 별 차이 없게 나온다던지). 어쨌거나 그나마 신빙성 있는 조사끼리 비교해보면 게이와 이성애자 남성 간의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OKcupid보다 신빙성 있는 최근 통계를 못 찾아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특정 기간 동안의 성행위 파트너 수를 물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어쨌거나 얘네들은 왜 성행위 파트너가 많으면 나쁘다고 생각할까? 많은 성행위 파트너를 갖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애꿎은 레즈비언까지 포함해서 동성애자 전체를 일반화해서 비난하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그리고 성행위 파트너가 많은 것이 나쁘다는 타당한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한 종류로 이해하는 것이 정상적인 입장이다(다른 입장이신 분들한텐 미안하지만 객관적 사실이다).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라면 동성애자들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건사연과 FRC는 버몬트, 스웨덴, 네덜란드의 통계를 근거로 이들이 서로에게 헌신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버몬트 동성애자의 21%, 스웨덴 동성애자의 2%, 네덜란드 동성애자의 2.8%가 시민결합(네덜란드의 경우는 결혼)했다고 한다(모두 단편적인 추정이다). 그런데 커플이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헌신적인 관계인가? 왜 시민결합/결혼한 동성 커플의 수가 적다고 무시하는가? 물론 이성애자의 결혼 비율보다는 낮다. 그러나 동성애자 집단은 이성애자 집단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쉽게 짝을 찾기도 어렵고, 그밖에 각종 어려움이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사회학계에서는 복지 체계는 커녕 여론의 지지도 미미한 상황에서 이들이 일궈낸 사랑을 옹호할 걸? 시민결합/결혼한 커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니(사실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니다) 동성결혼 합법화 요구를 묵살하자는 이들 단체의 빈약한 주장은 앞서 다뤘듯이 의구심만 낳을 뿐이다. 2006년 미국내 1억 110만 가구 가운데 비결혼 가정이 50%에 육박하는데, 이 비결혼 가정 중 결혼할 수 없는 동성커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6]. 결혼 가정의 수가 적은 것이 걱정이라면, 오히려 이성애자 독신 인구와 비결혼 인구가 급증하는 현실에 눈을 돌리고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할 것 같다. 결혼 가정의 수가 적은 집단이 비난 받아야 한다면, 다음 타자는 순서대로 이성애자 집단과 독신자 집단이다. 다시 말하지만 결혼 가정의 수가 적은 게 왜 개인의 잘못인지도 이들 단체는 밝혀야 한다.

결국 이들 단체는 차별주의 단체다. 차별주의 단체는 동성애자한테만 온갖 잣대를 들이댄다. 여기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사실에 어떻게 반응할까? 레즈비언의 장기간 파트너 외 정사는 이성애자 여성의 혼외정사보다 적다[^4]. 에이즈와 성병이 적기로 유명한 집단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다른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허용하기로 약속한 게이 커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별 차이가 없는 부분이[^7] 꽤 많다. 그래서 이들이 레즈비언을 장려하는가? 게이의 자유분방한 연애를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다. 동성애 차별주의 단체는 자신들의 편협한 보수적 신념을 사회에 강요하기 위해서 사이비과학으로 포장한다. 동성애 차별주의 단체는 바른 성문화와 건강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객관적인 기준에 신경을 썼더라면 동성애를 문제삼지 않고 그들의 인권 신장을 지지하는 정상적인 입장을 무시할 수가 없다. 무조건적인 차별이야말로 정상이 아니다.

참고: [^1]: Kurdek, L. A. (2005). What do we know about gay and lesbian couples?.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4(5), 251-254. [^2]: Balsam, K. F., Beauchaine, T. P., Rothblum, E. D., & Solomon, S. E. (2008). Three-year follow-up of same-sex couples who had civil unions in Vermont, same-sex couples not in civil unions, and heterosexual married couples.Developmental psychology, 44(1), abstract. 102. [^3]: Roisman, G. I., Clausell, E., Holland, A., Fortuna, K., & Elieff, C. (2008). Adult romantic relationships as contexts of human development: a multimethod comparison of same-sex couples with opposite-sex dating, engaged, and married dyads. Developmental Psychology, 44(1), 91. [^4]: Friedman, R. C., Downey, J. I. (1994). Homosexuality, N Engl J Med, 331, 923-930 [^5]: Paul Van de Ven et al., "A Comparative Demographic and Sexual Profile of Older Homosexually Active Men," Journal of Sex Research 34 (1997): 354. [^6]: 네이버 뉴스 [^7]: Hosking, W. (2014). Australian Gay Men's Satisfaction with Sexual Agreements: The Roles of Relationship Quality, Jealousy, and Monogamy Attitude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3(4), 82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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