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정보는 항상 증가한다.
창조과학회가 매번 주장하는 “유전정보 증가는 없다”를 포함한 유전학 왜곡에 관한 글입니다.
참고로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유전학 개론만을 알면 충분히 이 질문이 "사과는 똥을 싼다"수준의 말도 안되는 엉터리 질문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은 이미 100년도 지난 과거에 답이 내려진 부분입니다. 유전정보 증가 사례는 너무나 많고, 항시 관찰됩니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화에 필요한 것도 아니구요..
1) 유전정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유전정보라는 말은 과학에서 쓰이는 말이 아니기는 합니다. DNA로 부터 단백질의 서열로 번역되는 “유전자”와 이를 조절하는 “조절유전자”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보”라는 단어 자체는 이를 비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유전정보라는 단어는 과연 언제 어디에서 쓰이는 말일까요? 제가 대부분의 과학 논문들과 과학 잡지의 기사들을 검색했을 때, 이것이 비유가 아닌 목적(즉, 세포에서 Genetic Information을 옮기다 등의 비유는 제외하고)으로 쓰인 경우는 단 한가지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유전자풀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이죠. [1] 과학에서의 유전정보는 일반적으로 유전자풀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으로 정의되며, 이것은 진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세대가 지날때마다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그 방식은 연관과 교차와 같은 조합적 방법, 변이에 의한 새로운 정보의 도입, 그리고 특정 형질의 소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 유전적 다양성은 다양한 유전자 재조합과 변이에 의해서 생겨나며, 자연선택에 의해서 빈도수가 결정되게 됩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글에서 밝히기로 “변이가 불확정성을 증가시키고 자연선택에 의해 결론적으로 유전정보는 증가한다”라는 말은 이러한 의미입니다.[2] 그러므로, 누군가 당신에게 “유전정보가 증가하는 사례가 있느냐?”라고 질문한다면, 올바른 정답은 “유전정보는 항상 증가한다”라고 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 창조설자들이 정의하는 유전정보란 무엇일까?
여기서, 창조설자들은 일반적으로 유전정보를 조금 다르게 정의하는 것이라 반론하는 분들이 있어 추가하려 합니다. 그들은 여기에다가, “각 개체만의 유전정보”라는 단어를 더해서 한 개체에서 유전정보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식으로 바꿉니다. 대표적으로 이X헌이라는 사람은 이것을 도킨스의 Bodily Information이라는 부분을 인용해서 자기의 주장을 어필합니다. 문제는 이리한 주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도킨스가 Bodily information을 이야기하면서 “Forget about DNA”라고 단호히 말한 점에 있습니다. 즉 Bodily information은 형질에 대한 이야기이며, 만약 이것을 유전정보로 정의하게 된다면, DNA를 모르던 시절, 1940년대 항생제 저항성 테스트를 했던 논문만 가져오더라도 유전정보 증가의 사례는 보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랜스키의 세균도 좋은 예가 되고 말이죠. 이것을 가져오면 창조설자들은 유전정보의 본래 정의를 사용해서 형질의 증가는 유전정보의 증가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야말로 둘의 정의를 섞어쓰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심지어는 이런 정의를 따른다고 할지라도, 유전정보는 증가합니다. 이런 정의는 진화와는 무관하지만, 이는 일종의 유전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선 DNA 서열중 실제 "형질"을 결정하는 부분인 유전자는 매우 적은 양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형은 ATG로 시작해서 UAG UAA UGA로 끝나는, "코돈"서열을 따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것이 새로 도입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흔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항생제 저항성 유전입니다. 간단한 예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점핑"이 가능한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부분을 "트랜스포존"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유전자들이 끼어들 수 있으며, 그런 유전자들의 점핑을 통해 특정 형질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죠. 세균의 경우 "플라스미드"라는 것을 통해 이런 것이 더 자주 일어납니다. 암피실린 저항성이 없던 세균이 저항성을 가진 플라스미드를 획득하게 되면 이것은 창조설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유전정보 증가의 정의를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3) C-Value에 관한 간단한 고찰
창조설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정보라는 것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은 사실 C-Value라고 불리는 한 개체의 유전자의 총 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생명과학에서 사용하지 않는 개념으로서 철학이나 정보과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이겠죠.
그들의 질문을 번역하자면 진화를 통해 갈라진 수많은 공통조상의 C-Value가 어떻게 다른지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점진주의에 기반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하지만 C-Value를 갖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종의 분화에서, 새로운 종이 나올때의 C-Value는 항상 증가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더 많은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언제나 더 많은 복잡성을 갖는 것도 아니죠. 또한가지로, 새로운 유전자가 생성되는 메커니즘도 있으며, 이는 리처드 도킨스의 Wiesel비유로 쉽게 설명이 가능합니다[3].
마지막으로 진화는 일직선의 형태가 아닌 분화되는 가지의 형태를 가진다는 단순한 사실만 인식시켜도, C-Value를 주장하는 창조설자들은 틀림을 가볍게 인지됩니다.
4) 복잡성의 정의 원래 이 “유전정보 증가 사례는 없다”논증의 시초는 “복잡성의 증가 사례가 없다”논증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게도, 창조설자들의 글 가운데 “유전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한 글은 하나도 없으며, 대부분이 “복잡성”의 증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이”에 의해서 복잡성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다는 주장이나, 렌스키의 세균이 단지 스위치를 잃어버린 것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상 유전정보가 아닌 복잡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이는 C-Value를 오용한 것이며, 실제 과학에서 정의하는 유전정보로 보자면, 이는 둘다 증가를 시키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정말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해 복잡성이 증가된 사례가 없느냐는 질문을 우리는 대답해주면 됩니다. 있습니다. 복잡성의 정의가 다세포의 형성이라면, 군조류의 군체 형성이나 질소 고정세균의 공생등을 보면 이런 사례는 충분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창조설자들은 이게 종의 분화가 아니므로 무효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잘 기억해두십시오. 진화의 과정은 느리고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이런 자연계의 복잡성 형성 자체가 가능하고, 그렇기에 종의 분화과정이라는 진화의 과정에 복잡성이 추가되는 것 역시 가능한 것이죠. 또한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과연 복잡해지는 것만이 진화의 방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입니다. 진화의 방향은 이렇게 특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그리고 변이의 발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복잡성을 과학에서 제대로 된 패러미터로 정의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 봅니다. 대체 복잡성을 어떻게 측정할까요? 이는 Quantifiable variable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5) 유전정보 증가의 사례는 널려있다. 그 어떤 방식으로 유전정보를 정의한다고 해도(과학적 정의, 형질의 증가, 유전자의 총합, 복잡성) 유전정보 증가의 사례는 너무나 많으며, 이는 1940년에 항생제 저항성 세균의 등장으로 이미 끝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6) 추가로 더해지는 부분. 몇가지 첨언하지면, 유전자가 아니었던 부분(intergenic Region)이 유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4][5]
[1]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54700/ [2] http://www.skeptics.com.au/publications/articles/the-information-challenge/ [3] http://evoinfo.org/weasel/ [4]http://www.ncbi.nlm.nih.gov/pubmed/?term=Novel+sex+pheromone+desaturases+in+the+genomes+of+corn+borers+generated+through+gene+duplication+and+retroposon+fusion [5] http://www.ncbi.nlm.nih.gov/pubmed/1677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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