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엽산 줄까? 합성 엽산 줄까?
한두 달 전 '천연 엽산'이 네이버 인기검색어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검색 결과의 블로그 글 대부분은 은근슬쩍 특정 제품을 광고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천연 엽산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합성 엽산은 먹어서는 안 될 독성물질처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에도 지속해서 올라오는 이러한 정보들, 과연 사실일까? 일단 엽산(folate) 섭취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엽산 섭취와 건강
엽산은 핵산과 단백질의 합성에 중요한 영양소다. 핵산과 단백질의 합성은 세포의 유지와 증식에 직결되므로, 엽산이 부족하면 성장과 재생에 악영향을 준다. 엽산 결핍은 빈혈, 심장질환, 암을 유발하며 생식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엽산은 가만히 있어도 생성되는 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음식 등을 통해 섭취해야만 얻을 수 있다.
엽산 섭취는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과 임산부에게 강조되는데, 특히 태아의 신경관에 기형이 새기는 척추갈림증(spina bifida)과 무뇌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이 두 질병은 아기가 앓는 가장 흔한 신경관 기형으로,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심각하기 쉽다. 척추갈림증은 척추가 닫히지 않아 크고 작은 장애를 유발하는 것이고, 무뇌증은 말 그대로 뇌와 두개골 일부가 없이 태어나는 것이다. 척추갈림증의 경우는 어려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으면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있지만, 무뇌증의 경우 알려진 치료법이 없으며 대부분 일찍 죽는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둘은 각각 만 번의 임신 중 세 경우의 꼴로 발생한다(이 수치는 곡식에 엽산을 첨가하고 의사들이 임산부에게 엽산 보충제를 처방하는 미국에서 얻어진 것이다). 5개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총 6000명 가량의 여성), 엽산을 섭취한 집단의 위험은 엽산을 섭취하지 않은 집단의 28%로,[^1] 사 분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Hibbard와 Smithells에 의해 그 연관성이 가설로 제기된 후, 엽산이 신경관 장애(NTD)를 예방한다는 것은 대규모 실험들을 거쳐 검증된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호주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해 밀가루 같은 음식에 엽산을 의무적으로 첨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이런 엽산 첨가는 신경관 장애 발생을 28%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엽산 필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는 임산부에게 보충제를 처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식품에 첨가하도록 제도화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있으면 미리미리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엽산의 경우엔 어지간히 많이 먹는다고 별다른 이상이 관찰되지는 않지만, 많이 먹어서 좋을 건 없다. 돈도 아깝고, 건강을 걸고 모험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경우 성인 남녀 기준 하루에 400㎍, 임산부는 여기에 600㎍을, 수유 중인 여성은 530㎍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3] 미국에서는 성인 기준으로 1,000㎍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위험성이 밝혀져서 그러는 건 아니다).[^4]
천연 vs 합성
그런데 엽산의 급을 나누는 블로그 글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르면 천연 엽산은 합성 엽산보다 흡수가 잘 되고 부작용도 없다고 한다. 논문까지 보여주며 합성 엽산을 임산부가 섭취하면 아이가 천식을 앓게 된다고 한다, 보충제에 들어간 첨가물들을 나열하며 해롭다고 말한다.
합성 엽산은 folic acid로 자주 지칭되며,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어쨌거나 이것도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의 일종인 엽산(folates)에 포함된, 효능이 입증된 물질이다. 일단 화학 공정은 각종 기준을 충족시키게끔 되어 있어 매우 신뢰할 만하며, 대부분의 연구가 합성 엽산의 섭취를 다루고 있음에도 별다른 유해성이 지적되지 않았다. 한편, 합성 엽산은 인체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우선 간을 거쳐야 하므로 천연 엽산보다 흡수가 느리다. 그러나 날마다 권장량의 두 배를 넘는 고용량(1,000㎍)을 섭취하지 않는 이상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5] 합성 엽산을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남아도는 엽산들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므로 그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합성 엽산 섭취로 인한 유해성이 명확하게 발견되지는 않았다.[^2][^6] 그리고 합성 엽산 보충제를 먹은 임산부의 아이가 천식에 걸릴 위험이 32% 높다는 연구[^7]가 근거로 제시되는데, 이 논문을 포함해서 다른 4개의 연구를 함께 분석한 논문에서는 천식 위험성이 없어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다.[^8] 섭취 시기나 엽산의 종류를 확실히 통제하지 못했기에 결론이 완벽하지는 않다. 어쨌거나 합성 엽산 보충제를 먹어서 천식에 걸리기 쉽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천연 엽산 보충제의 안전성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또, 합성 엽산 보충제에 들어가는 스테아르산 마그네슘, 이산화규소, 캐러멜 색소, D-소르비톨, HMPC 등의 첨가물이 나쁘다는 주장을 차례대로 뜯어보자. 스테아르산 마그네슘이 체내 독소 수치를 높인다고 하는데, 구글링을 해봐도 어떤 독소 수치가 왜 오르는지는 나오지 않고 그냥 '독소'라고만 한다. 이런 애매한 표현은 그리 유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스테아르산 마그네슘이 오랜 기간 식품과 의약품에 널리 쓰여왔다면 말이다. [FDA (영문)](http://www.fda.gov/Food/IngredientsPackagingLabeling/GRAS/SCOGS/ucm261275.htm)에서도 걱정할 이유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물에 녹지 않기에 영양소 흡수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스테아르산 마그네슘이 알약에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따라 다르다. 또한, 이산화규소는 분진 형태로 흡입하는 경우에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규명되었지, 섭취 시의 발암성이 있는지 없는지 밝혀지지는 않았다.[^9][^10] 이산화규소는 엽산 보충제뿐만 아니라 페인트, 치약, 의약품, 화장품, 더 나아가 밀가루, 설탕, 분유 등의 식품에도 첨가되어 있다. 캐러멜 색소 III 형과 IV 형에 포함된 4-Methylimidazole의 경우에도 [FDA의 자주 묻는 질문 (영문)](http://www.fda.gov/food/ingredientspackaginglabeling/foodadditivesingredients/ucm364184.htm)에서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문제없다고 답하고 있다. 꼭 첨가물이 아니더라도 설탕을 가열하고 고기를 굽는 과정 등에서 일상적으로 생겨나는 4-Methylimidazole을 우리는 이미 섭취해왔다. 그러나 동물 실험에 따르면 4-Methylimidazole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11] FDA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위험성을 따질 때는 발암물질인지의 여부뿐만 아니라 신체 어디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도 중요하다. FDA에 따르면 4-Methylimidazole이 암을 유발하는 효과는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해야 나타나며, 일반인이 섭취할 것으로 예상하는 캐러멜 색소의 양은 이 기준보다 한참 낮다. 소르비톨은 과량 섭취 시 배탈을 유발한다고 해서 나쁜 것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이 사실만 가지고 유해하다고 볼 수 없다. 소르비톨이 먹는 족족 설사를 유발한다면 건강에 나쁘겠지만,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양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소르비톨은 사과 같은 과일에도 포함되어 있다. 과일에서 소르비톨을 다량 정제해 섭취한다면 마찬가지로 설사를 유발할 것이다. HMPC 역시 코로 흡입 시 흉통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코로 엽산 보충제를 먹지는 않는다. 소르비톨과 마찬가지로 HMPC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식탁에서 치워버릴 이유는 없다. 두 가지 주장을 더 다루도록 하겠다. 먼저, '개구리 껍질'과 '썩은 생선 죽'으로 합성 엽산을 만들든 말든 그것이 합성 엽산의 유해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혐오감을 자극하는 표현에 더는 속지 마라. 이 방법으로는 얼마든지 다른 공산품을 역겹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반 치약에는 동물 사체를 보존할 때 쓰는 유독한 포르말린이 첨가된다.', '많은 식품에는 피부암을 유발하는 자외선과 방사선이 살균을 위해 조사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요구르트의 대부분을 이루는 물질은 사람 오줌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겁준 다음 자기 물건이 특별한 양 판매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탈리도마이드 증후군을 언급하는 것 역시 읽는 사람을 겁주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탈리도마이드는 당시의 부실한 검증 과정을 통과했던 입덧 치료용 신약으로,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지결손 기형과 사망을 유발했다. 이러한 부작용은 탈리도마이드가 화학적으로 합성되기 때문이 아니라, 탈리도마이드가 인간에 작용하는 방식 때문이다. 어떤 식물은 자신을 뜯어먹은 임신한 동물의 태아를 유산시키거나 기형으로 만드는 천연 물질을 생산한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 중에도 임산부에게 해로운 것들이 많다(예컨대 술의 에탄올도 효모의 발효로 생긴다. 담뱃잎의 니코틴도 천연 물질이다). 그런데도 천연 엽산을 홍보하는 글은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기형이 합성 물질 때문이라고 말하고, 합성 엽산으로 화살을 돌린다. 합성 엽산이 기형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고 있다. 결론: 합성 엽산 보충제의 효과는 검증되었으며, 임산부가 합성 엽산 보충제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 합성 엽산 보충제를 천연 엽산 보충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며, 재생산되는 비슷비슷한 글들은 합성 엽산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1]: De‐Regil, L. M., Fernández‐Gaxiola, A. C., Dowswell, T., & Peña‐Rosas, J. P. (2010). Effects and safety of periconceptional folate supplementation for preventing birth defects. *The Cochrane Library.* [^2]: Williams, J., Mai, C. T., Mulinare, J., Isenburg, J., Flood, T. J., Ethen, M., ... & Kirby, R. S. (2015). Updated estimates of neural tube defects prevented by mandatory folic Acid fortification-United States, 1995–2011. *MMWR Morb Mortal Wkly Rep*, 64(1), 1-5. [^3]: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식품의약품안전청, 2011., 식품의약품안전처 [네이버 지식백과] 엽산 [^4]: https://ods.od.nih.gov/factsheets/Folate-HealthProfessional/#en2 [^5]: Bailey, S. W., & Ayling, J. E. (2009). The extremely slow and variable activity of dihydrofolate reductase in human liver and its implications for high folic acid intak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36), 15424-15429. [^6]: Obeid, R., & Herrmann, W. (2012). The Emerging Role of Unmetabolized Folic Acid in Human Diseases: Myth or Reality?. *Current Drug Metabolism*, 13, 1184-1195. [^7]: Whitrow, M. J., Moore, V. M., Rumbold, A. R., & Davies, M. J. (2009). Effect of supplemental folic acid in pregnancy on childhood asthma: a prospective birth cohort study.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kwp315. [^8]: Crider, K. S., Cordero, A. M., Qi, Y. P., Mulinare, J., Dowling, N. F., & Berry, R. J. (2013). Prenatal folic acid and risk of asthma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98(5), 1272-1281. [^9]: IARC Working Group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mans (2009). *A review of human carcinogens. Part C: Arsenic, metals, fibres, and dusts*. France: Lyon. [^10]: IARC Working Group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rnans (1996). *Silica, sorne silicates, co al dust and para-ararnid fibrils*. France: Lyon. [^11]: IARC Monographs Working Group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mans (2011). *Some chemicals present in industrial and consumer products, food and drinking-water*. France: 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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