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미세조정 된 것일까?
과학자들이 관심이 있는 어떤 현상의 현재, 과거, 미래를 계산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수학적으로 유도된 수식의 문자를 모두 특정한 숫자로 바꾸어야 하지요. 여기서 과학자들은 관심이 있는 특정한 상황을 나타내는 변수와 이것을 실제 현상의 관측 가능한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상수가 필요하지요. 현대에 들어서 이 상수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물이 '미세조정 우주'입니다.
현상과 그 결과를 예측하는 작업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론이라는 설명을 통해서 예측할 수 있는 자연의 새로운 법칙을 시험해보는 이론의 검증 과정이나, 공학자의 관점으로 현상을 이용하기 위해서 계산을 수행합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물질이 공통으로 일정하게 땅의 방향으로 힘을 받고, 이 때문에 운동의 방향이 바뀐다는 이론이 탄생했을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중국의 묵 자에게 이 이론은 성을 지키는 군대를 위한 궁술에 응용된 새로운 방식의 궁시에 응용할 수 있어 전 세대의 손자병법에 기록되어 있는 공성전략을 깰 수 있는 비책이 될 수 있었고, 서양에서 고전역학이 탄생할 즈음의 자연철학자들과 물리학자들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기반을 둔 주장인 "모든 물체는 고향을 향해 움직인다"는 "고향 이론"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었지요.
아래방향으로 당기는 힘이 계속해서 운동의 방향을 바꾸는 포물선 운동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이론에서 훌륭하게 설명했던 "왜 물체는 땅에 떨어지는가"에 대한 대답을 새롭게 끌어내기 위해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도전하는 과학자들은 "원격에서 작동하는 힘"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무엇인가와 직접 닿지 않고도 모든 물체에 같은 방향으로 고루 작용하는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이론은 새로운 현상까지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이론에서 예측하는 힘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흙의 원소와 물의 원소의 비율이 높을수록 물체가 땅으로 가려는 힘도 강해진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어떤 물체든 같은 크기의 힘으로 당겨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구가 당기는 힘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지만, 물체가 떨어지는 가속도와 특정 방향으로 특정한 힘을 주어 물체를 던졌을 때 떨어지는 위치를 통해서 이 힘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지구의 중력 가속도$latex g $(약 $latex 9.8 ~ m/s^2 $)입니다.
경험으로 얻어낸 수많은 상수들
과학자들이 발견한 수많은 상수들(일부) (원문: Particle Data Group)
실제로 사용되는 상수 중에는 단지 경험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게 된 상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실험식"이라고 알고 있는 특정한 숫자와 변수로 이루어져 있는 법칙은 설명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제대로 설명할 수 없거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설명체계에 포함하기 어려운 현상에서 실험을 거치거나 현상을 관측해서 규칙을 발견한 예가 될 텐데요. "딱히 원인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숫자를 넣으면 잘 맞는"것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상수와의 조합으로 사용되는 상수도 있지만, 많은 상수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측정하게 됩니다. 빛의 속도라든지, 중력 상수 등은 세심한 주의 아래서 정밀한 측정을 통해 알아내게 됩니다.
상수들이 미세조정되었다는 주장
이러한 상수가 우주 초기에 생명체를 위해 미세하게 조정되었다는 "미세조정 우주"라는 논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조정된 우주는 신의 증거라고 하지요. 먼저, 이 주제는 과학이 아닙니다. "왜"라는 질문은 과학의 탐구방식인 과학적 회의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지요.(관련링크)
생명체를 위해서 우주가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다는 생각은 크게 무리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미세"의 범위를 제대로 종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어떤 상수가 조정되었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빛의 속도 같은 경우에 우리는 맥스웰 전자기 파동방정식을 통해서 유전율과 투과율을 곱한 값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1]
그렇다면 이 인격체가 조정한 상수는 광속일까요? 진공유전율일까요? 아니면 진공투자율? 심지어 현대과학은 어떤 상수들이 어떻게 서로 얽혀있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하나의 상수가 변하면 변한 상수에 맞춰서 다른 상수들도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물리 법칙들은 애초에 상수의 값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고로 현재 발견된 상수들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상수들이 미세하게 조정되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지구 창조주의자들은 태양의 색상까지 예시로 들면서 미세조정을 예로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과거의 변화를 현재에 적용하려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태양이 더 붉은색을 띤다고 하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론 현재의 식물은 광합성에 지장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래 왔다고 한다면 광합성은 다른 파장 영역의 빛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가적인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그들의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인 젊은지구 창조주의자와 창조과학자들도 도대체 얼마나 변해야 문제가 생기는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지금보다 작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금보다 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기술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가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는 점입니다. 젊은지구 창조주의를 주장하는 한국창조과학회나 미국의 창조과학관(AIG)은 이러한 문제를 논하는 추가적인 논의가 전혀 없으며, 아쉽게도 그곳에서 활동하는 물리학자들이 얼마나 비협조적인지 정도만 알 수 있었지요.
[^1]: $latex c^2 = \frac{1}{\varepsilon_0 \mu_0 }$, $latex c$는 빛의 속도, $latex \varepsilon_0$와 $latex \mu_0$는 각각 진공유전율과 투자율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