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의 결론과 데이터에 관해서.
창조설자들이 논문을 보여주면 가져오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논문은 결론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요하다. 논문 쓴 사람이 진화론자이니 당연히 진화의 결과를 내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자.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논리인지 한번 봅시다. 우선 정확히 말하자면 첫문장은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논문은 결론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때때로 저자들이 결론을 잘못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고, 결론은 저자들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 전제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논문을 이해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데이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수년간의 공부가 필요하며, 제가 지금 밟고 있는 박사과정도 그중 하나입니다.
논문에서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정도로 논문을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 데이터의 의미
- 왜 저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는가
- 저자들이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는 다른 연구 결과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창조설자의 경우는 1)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전의 수렴진화에 관한 한 논문은 H1, H2라는 트리를 제작해서 수렴진화를 연구하는 간단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이것이 논문의 핵심인데, H1, H2가 의미없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창조설자가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그렇다면 왜 그 데이터를 본 모든 과학자들은 진화가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릴까요?
그리고 2)는 단지 "저자들의 성향"뿐이 아니라, 저자들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논리입니다. 예를들어, Camilo Golgi와 Santiago Ramon y Cajal의 뉴런 네트워크와 뉴런이론을 비교할때, 저자들이 원래 골지의 아이디어대로 생각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그들의 성향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즉, 창조설자들이 "이건 진화론자들이 썼으니 이런 결론이야"라는 주장은 편협한 거짓말에 불과하게 됩니다.
물론, 진화는 이미 관찰이 가능한 것이므로, 더이상 할말이 없는게 당연하지만, 만약 이것이 개인의 주장이라고 가정했다 하더라도, 그 어떤 과학자도, 자기의 주장에 따라 결론을 억지로 내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3)은 이 저자와 비슷한 실험을 토대로 해서 나온 결론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것은 제가 매일 밥먹듯 논문을 읽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이것을 통해 과학계 전반의 생각을 이해하고,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므로 이 세가지의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 저자들이 올바른 결론을 내렸는지, 아니면 무언가 수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이 설 수 있는 것이죠.
논문의 데이터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결론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즉,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말은 창조설자가 할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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