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포증이란 무엇인가?
공포증에 대한 오해
얼마전 환공포증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읽었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많은 일반인들이 이 공포증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며, 약 18%의 여성과 11% 남성이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18% 라면 상당수가 이 질병을 앓고 있다는 뜻인데, 놀랍게도 이토록 심각해보이는 정신병은 DSM – 5, 그러니까 정신질환 진단및 통계 편람 최신판에서도 언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정신과 의사들이 직무유기라도 하는걸까요?
먼저 이 메뉴얼의 공포증에 대한 진단을 살펴봅시다. 기본적으로, 공포증을 진단받으려면 두려워하는 구체적인 물체나 상황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공포의 대상을 피하기 위해서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만큼 비이성적이고 심각한 두려움이 있어야 하고, 이 대상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인 패닉등의 불안장애를 동반하게 됩니다. 이 모든게 약 6개월 이상의 지속성을 띄고있어야 하고요.
자신이 만약 환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셨다면, 그리고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아마 본인이 그러한 공포증 환자라는 착각을 버리시길 바랍니다. 제가 밥 사진을 올려놓은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위 사진에는 수많은 둥글둥글한 밥알이 모여서 뭉쳐있습니다. 환공포증이 실재하는 공포증이었다면 아마 이 글을 보기도 전에 사진을 보고 패닉해서 부들부들 떨고 엉엉 울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겠죠. 아니, 그전에 일상생활에서 밥은 어떻게 먹고 다녔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과장된것 같나요? 실제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운전하던 여성이 거미를 보고 공포에 질려서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차는 아이가 그대로 있는채로 다른곳에 박아버렸고요. 다행히 아이나 어른 둘 다 무사했습니다만 그 여성은 여러 죄목으로 기소당했습니다. 그런데 거미공포증을 실제로 앓고 있다는 진단에 무죄판결을 받았죠. 공포증이란게 이렇게 앞뒤 안가리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할만큼 심각한 질환입니다. 그냥 가볍게 “아 조금 소름돋네” 정도는 공포증 비슷한것도 아니예요. 그런 정도로 공포증이 됬으면 세상에 정신병자 아닌 사람이 없으며, 저는 고민할 필요없이 임상심리를 선택해서 환자 수백명씩 받으며 부자가 되겠죠.
애초에 환공포증 테스트 사진이라고 돌아다니는 대부분은 누가 봐도 혐오감을 느끼도록 보이는 사진이더군요. 솔직히 고층빌딩 옥상에서 난간위에 올라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다수일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는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높은곳에서 안전장치 없이 나오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거든요. 환공포증도 당연한 반응을 이용해서 뭔가 무시무시해보이는 이름을 붙인거죠. 뭐 세상 어딘가에 진짜 공포증 수준으로 땡땡이 넥타이만 봐도 패닉에 빠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수준이라면 이미 인터넷에서 "아, 난 환공포증이 있어"라고 댓글을 달고 있을 상태가 아닙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