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폭력적 성향

2016-04-19 Kenny Suh Skepties Mythconceptions

영화는 배신과 폭력을 위해 만들어진 매체처럼 보인다. - 닉 케이브

오늘은 한번 폭력성과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네요. 다들 한번쯤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에 물들면 난폭해진다"는 말을 들어봤으리라 짐작합니다. 과연 이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한번 파헤쳐 보죠.

이쪽에서는 유명한, 알버트 반두라의 보보인형 실험이라는게 있습니다 (대문짝처럼 걸려있는 사진이 바로 반두라입니다). 반두라는 공격적 성향이 모방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계획했죠. 내용 자체는 간단합니다.

1) 3세에서 6세 사이의 남자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을 모아서 그들의 공격적 성향을 테스트 합니다. 이는 뒤에 있을 실험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2) 이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눕니다. 한 그룹에게는 "보보 인형"이라는 큰 오뚜기 인형을 상대로 때리고 발로 차는등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보보인형을 무시하고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공격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앞의 두 그룹을 다시 각각 반으로 나누어서 같은 성별의 어른과 다른 성별의 어른의 공격적인/공격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세번째 그룹에게는 아무런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3) 이후, 아이들을 방안으로 들여보내서 이들이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가를 관찰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반두라는 공격적인 행동에 노출된 아이는 그 공격성을 담습하여 표출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a) 같은 성별의 성인이 b)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때 가장 공격적인 행동이 많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여성이 공격적 행동을 보일때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더 공격성을 표출했고, 남성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경우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더 폭력적 모습을 보였다는 거죠. 놀라운건, 공격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그룹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그룹보다 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봤을때, 많은 분들은 '그렇다면 당장 우리 사회에서 폭력적인 미디어 매체를 모두 없애야 하는것 아닌가요?'라고 생각 하실겁니다. 하지만, 위 실험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1) 아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게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반두라는 아이들의 공격성을 성인이 보여준 행동 바로 이후에 측정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공격성이 올라갈 수 있으나, 이게 지속된다고 보기 힘듭니다.

2) 3-6세의 나이대의 아이들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안됩니다. 즉, 이 발달단계에선 "이런 행동을 실제로 해서는 안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죠. 폭력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나이이고요. 또한, 유전자에 의한 공격성의 차이에 대해서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3) 어떤 학자들은 아이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어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공격성을 모방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보여준 공격적인 행동은 실제로 공격성의 표출이 아니라, 어른의 행동을 "가이드"로 보고 '이렇게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행했다는 거죠.

4) 실제 사회환경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위 실험은 대상자가 백인 아이들 위주였습니다. 낮은 경제력과 지위를 가진 흑인 및 타 인종은 범위 바깥에 있었죠. 또한, 실질적으로 아이가 행동을 습득하는 대상(model)은 보통 아버지나 어머니같은 가정의 구성원입니다. 아이는 이러한 대상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많은것을 배우지요. 하지만 실험은 이러한 면을 무시했습니다. 이러한 편향적인 설정때문에 실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한계를 Low ecological validity라고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디어에 의해 아이들의 폭력적 행동이 증가한다는 말 자체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행동의 습득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일 뿐이며, 가정과 가까운 주위 환경에서 습득하는 공격성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입니다. 부모님들은 당장 비난하기 쉬운 미디어 매체에 따지기보다, 자신이 자식들에게 행한 폭력적 행동과 학교에서 받는 체벌등의 폭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보는게 어떨까요? 아이들이 행동과 사고방식을 가장 많이 모방하는 대상은 바로 부모라는걸 명심하고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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