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진화가 사실로 규명되기까지 -발전의 과정-

2016-02-07 neurosum 과학이야기

이전의 글에서 진화가 관찰된다는 점과 현재 생물학계에서 진화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 여겨지고 있으며, 진화의 속도와 방향에 관한 연구는 진행중이라는 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말 그대로 그 기작과 과정에 대해서 대부분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진화의 속도가 변하는 이유와 유전적 요인들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과학에서 절대적 진리란 것은 원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학은 눈으로 보고있는 것마저 의심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형이하학적 도구들을 사용해서 이 세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과학의 출발이 되는 발견은, 항상 과학자의 관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모든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중립적으로 보는 훈련을 받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일테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가설이 되고 이론이 되며 증명될때까지, 그 발견은 수많은 다른 과학자들에게 비판받고, 재검증되며, 다시 테스트되면서, 중립적인 것이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과학의 성과들은 여기에 존재하며, 이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발견이 자연계에서 관찰이 된다면, 이것은 더이상 이론이 아닌 관찰된 자연현상이자, '사실'이 되는 것이죠.

오늘은 생물학적 진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명백한 사실로 규명되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설명하면서 이와 매우 비슷한 생물학의 또하나의 연구주제인 "세포"를 함께 보여드림으로서, 이 과정이 진화만이 아니라 다른 과학적 사실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네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1. 아이디어(변화,기본형태)로부터 과학 가설(진화설,세포설)까지
  2. 과학 가설(진화설, 세포설)로부터 과학 이론(진화론, 세포이론)까지
  3. 과학 이론(진화론, 세포이론)으로부터 관찰된 사실(진화, 세포)까지
  4. 관찰된 사실(진화, 세포)로부터 생물학의 기초 학문(진화생물학, 세포생물학)까지

아이디어(변화,기본형태)로부터 과학 가설(진화설,세포설)까지

우선,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비롯한, 자연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윈과 윌리스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그전 과학계에서 존재하던 이런 아이디어와, 관찰된 사실들(비글호 탐험을 통해)을 토대로, 가설을 세웁니다. 그 당시에 유명한 자연선택"설"이었죠. 이러한 진화에 관한 가설은 다윈과 윌리스의 독립적인 관찰과 실험들을 통해서 증명되었지만, 포괄적이지 않았고, 그만큼이나 다양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증명된 가설"로 출발했습니다.

세포에 관한 아이디어 역시, 그당시에 존재하던 생물의 기본적 구성 단위가 존재한다는 아이디어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되었습니다. 로버트 훅은 식물의죽은 세포벽을 관찰한 것을 토대로, 세포라는 아이디어를 세우게 되었고, 후에 슈반과 슐라이덴은 동물과 식물에서 각각 같은 관찰을 해서 확립된 것이죠. 역시 이것도 처음에는 가설로서 출발했습니다.

과학 가설(진화설, 세포설)로부터 과학 이론(진화론, 세포이론)까지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고, 화석을 비롯해 진화에 관한 여러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하자, 진화는 좀더 포괄적인 형태로 생명의 종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발전했습니다. 과학에서 이론이라는 것은 포괄적이며, 검증을 거쳐야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유전학의 발달이 부족했던 19~20세기 초반까지는 진화이론은 생명의 역사를 설명하는 증명된 이론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세포설은 현미경의 발달로 세포의 구성과 세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좀더 탄탄해지면서, 모든 생명체가 세포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에 대한 포괄성과, 세포의 구성 요소에 대한 부분이 밝혀지면서부터, 세포설 역시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과학 이론(진화론, 세포이론)으로부터 관찰된 사실(진화, 세포)까지

유전학 발달은, 진화론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들 정도로, 진화의 지금까지 나온 모든 증거들을 압도하는 최강의 증거인, 지놈 시퀀싱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사실상 기본적인 시퀀스 상동성만 보더라도, 지금껏 밝혀내온 진화론의 근거들과 계통수를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곧이어 나온 트랜스포존과 Accelerated Region의 발견은, 진화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라는 현상을 증명해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유전정보 증가의 관찰은 그중 하나로, 거의 항상 증가하는 유전정보에 대한 글은 이곳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20세기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진화를 의도적으로 일으키기도 하였고, 그로 인해서 진화라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실험/관찰된 증명된 이론으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세기 후반~21세기 초반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집념어린 관찰 끝에, 자연계에서 종분화 현상을 관찰하게 됨으로서, 진화라는 것은 더이상 단순히 이론이 아닌, 관찰된 사실 혹은 자연현상이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현미경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세포들이 관찰되었고, 전자 현미경까지 발명되면서, 세포내의 구조 하나하나까지 다 연구할 수 있게 되면서, 더이상 세포이론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은 사실로 관찰된 자연현상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진화와는 달리, 세포를 관찰하는 현상은 훨씬 빨랐으므로, 세포가 사실로 인정된 시점은 21세기에 오기도 전에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관찰된 사실(진화, 세포)로부터 생물학의 기초 학문(진화생물학, 세포생물학)까지

이와 같이 관찰된 사실인 진화, 그리고 세포는 이렇게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많이 다듬어졌지만, 이 둘다는 생물학의 기초학문인 것은 사실이며, 둘 모두 각자의 부분(생명의 역사와 생명의 구성 물질)에 관한 과학적 발견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무엇이 진화의 속도를 결정하는지, 무엇이 진화의 방향을 형성하는 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으며, 무엇이 세포의 형질을 변경시켜 암으로 만드는 지, 그리고 그 세포가 왜 갑자기 특정 Oncogene을 형성하게 되는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들과 찾아낸 것들을 기반으로 진화 생물학과 세포 생물학이 형성되었고, 우리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것들이 이런 기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현재, 진화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은 둘다 생물학의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자, 모든 생물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뉴로사이언스 역시 이 두 분야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이 두 학문은 여기서 언급한 유전학과 함께 발전해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점차 세분화가 되어서 현재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학문의 분야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과학이 밝혀낸 것이 절대적이지 않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그런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는 "사실"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그만큼 많은 교차검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타이핑을 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것이 제가 타이핑을 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저를 조종해서 타이핑을 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으로 이를 분석한다면, 여기에서 관찰되는 사실들을 탐구(컴퓨터가 저를 조종할 수 있는 장치?)하고, 실험(다른 컴퓨터를 갖다줌)을 통해 이것이, 제가 타이핑을 친다는 것임을 보여주겠죠. 이는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야기하는 사실보다 훨씬 더 믿을만한 "사실"인 것입니다.

진화가 사실인 이유는, 진화가 관찰되며, 실험적으로 증명되었고, 다 쌓으면 지구 몇십바퀴 돌만한 미친듯이 많은 증거들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조설자들은 아직도 진화가 무슨 가설인양 주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수준의 생각은 세포설이 가설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생각이며, 과학의 기본도 모르는 소리입니다. 창조설자가 만약 "과학이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진화를 부정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기본적으로 세포설도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정해야 하고,뭐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들이 키보드를 치는 것도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진화가 사실로 규명되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키 플레이어들을 모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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